▲ 김경웅 논설위원. 한반도통일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환경에 영향 주지 않기」 쯤으로 해석하면 될까, 소설 「No Impact Man」이 생각난다.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사회성도 짙은 줄거리다. 부부와 어린 딸은 환경 지킴이 노릇을 자처한다. 뉴욕 한 복판에서 1년 동안이나 환경에 최대한 해를 끼치지 않고 살자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이 가족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기어코 해낸다. 자동차는 매연 때문에 가급적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농산물은 인근 지역에서 나는 것을 먹고, 꼭 필요한 쇼핑만 한다. 빨래는 손빨래로 하며 재생 비누를 쓴다. 화장지는 절대 사양, 재생 종이와 천을 사용한다는 식이다. 물질 풍요와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3인 가족은 잘도 견뎌냈다. 콜린 베번이 쓴 이 책은 다소 거친 재생 용지로 만들었고, 영화로도 널리 알려졌다.

영국 기상청은 최근 가슴 서늘한 발표를 했다. 지구의 기후 변화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기온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지난 1백년 동안의 평균 보다 1.02도 높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구 온난화는 이제 “대재앙 관문까지 딱 절반에 이르렀다”고 예고했다.

이러한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유엔 기후변화위원회는 지구 온도가 1도씩 오를 때마다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자연 재해와 생태계 파괴가 재앙으로 현실화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기상청의 발표 내용과 맞물려 보면, 앞으로 지구 온도가 1도만 올라갈 경우, 전 세계 생물의 30% 안팎이 멸종 위기에 몰리게 된다는 결말이다. 비슷한 발표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이어지는 것을 보아도 인류 재앙의 시계는 언제 멈출지 모른다.

지난 주, 서울에서 번역 출간된 책 내용은 훨씬 구체적인 정황을 담고 있다. 한가지를 옮겨보면, 앞으로 “80년 전후, 지구 온난화는 뉴욕이나 도쿄, 상하이, 함부르크, 부산과 같은 항구 도시들을 물에 잠기게 만들 것이다. 해안가에 건설된 원전 430여기도 물에 잠기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발전소의 참상은 비할 정도가 아니다. 당신들은 왜 종말을 방관했고, 예측 능력이 있었음에도 재앙을 막지 못했는가”라며 묻고 있다.

이 책은 곧이어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시간이 없다”고 절규하듯 외쳤다. 하버드대학의 과학사 교수인 나오미 오레스케스가 쓴 「다가올 역사, 서양문명의 몰락」 이야기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가 11월30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게 된다. 이번 회의는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박감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외 언론이 큰 관심을 갖고 보도에 나서겠지만, 그 경각심을 갖게 될 며칠간의 시간마저도 아까울 지경이다.

우리에겐 기후 변화에 못지 않게 중국 쪽에서 뿜어대는 오염물질이 발등의 불이다. 중국은 산업화에 따른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 난방철의 스모그 현상으로 화학전을 치르듯 비상상태에 놓여있다. 얼마 전에는 베이징, 선양 등지에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방독면까지 쓴 시민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가시거리가 10m 정도였으니 벌건 대낮에 햇빛을 전혀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역시 지난 3월 스모그 현상 때문에 대기오염 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지구촌 곳곳이 예외 없이 기후 변화와 오염망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욕심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게 아닐까? 쓰나미는 모든 걸 쓸어버리지만, 그나마 일정 지역과 시기에 그칠 수 있다. 우리는 숨쉬기조차 꺼려지는 세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숨쉬기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더 이상 후손들이 최후의 전쟁터인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 환경은 인권문제이다. 우리 주변의 작은 것부터 환경 보호에 떨쳐나서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긴요하며 절실하다. 우선은 한•중•일 3국간 환경 협력체를 하루 빨리 가동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외양간을 고쳐서 소 잃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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