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국내 고속도로 터널공사 17개에서 핵심 자재인 '록볼트'가 적게 사용된 것이 적발됐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록볼트를 설계보다 적게 쓰고 15억여원의 중간 공사대금을 가로챈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S토건 이모씨 등 현장소장 3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한 선산토건의 시공사인 K건설산업 현장소장 신모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대기업 D건설 현장소장 정모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록볼트는 터널 공사때 암반에 삽입하는 보강 자재로 암반의 붕괴를 막는 핵심 자재이다. 지금 2~3cm, 길이 5~10m의 록볼트는 길이와 종류에 따라 가격은 개당 1만7천원~3만원 선이다.

검찰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착공한 고속도로 76개 공구 121개 터널을 전수조사한 결과 38개 공구 17개 터널에서 설계보다 록볼트가 적게 사용됐다.

이 가운데 공사비를 부풀린 규모가 크고 록볼트 미시공 비율이 높은 지역은 영동-옥천 1공구, 주문진-속초 5공구, 담양-성산 6공구, 홍천-양양 11공구, 동홍천-양양 6공구ㆍ14공구ㆍ16공구, 상주-영덕 5공구 등 8곳의 공사 관계자를 수사했다.

구속 기소된 S토건 이모 현장소장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시공사 현장소장 신씨와 짜고 전체 록볼트 설계 수량 6만3000여개 중 2만8000여개를 사용하지 않고 공사비는 실제 설계대로 한 것처럼 타냈다.

주문진-속초 5공구에서는 록볼트 설계 수량이 1만8천350여개였지만 실제로는 5천930개만 사용돼 32.3% 수준으로 10개중 3개만 사용한 셈이다.

이곳의 공사를 맡은 G토건 현장 소장 양모씨는 공사대금 약 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시공사인 S기업 공무팀장 송모씨 등 2명도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다.

적발된 이들은 설계대로 시공한 것으로 속여 그대로 청구하는 수법으로 빼돌린 공사비가 무려 187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한국도로공사나 감리를 맡은 검측감리원이 락볼트 시공 과정을 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락볼트는 시공 직후 콘크리트로 고정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시공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터널 공사 특성상 분진이 많이 생기고 소음이 심하다는 점도 관리ㆍ감독을 소홀히 한 원인이 됐다.

검찰은 "다른 자재가 많이 투입돼 비용이 증가했거나 인근 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느라 손해를 보게 되자 적자를 보전하려고 록볼트 등 자재값을 부풀려 공사비를 더 타냈다"고 말했다.

발주처인 도로공사는 주요자재 반입 수량, 품질 등을 검수하지 않거나 거래명세표 등 송장만으로 확인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검찰은 도로공사에 터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하고 과다 청구된 공사비를 전액 환수토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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