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웅 논설위원, 한반도통일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우리 쌀이 남아돌다 못해 넘치고 있다. 정부의 고심도 깊다. 농식품부는 세밑에 ‘중장기 쌀 수급 안정대책’을 내놨다. 큰 줄거리는 2016년부터 벼 재배 면적을 줄여 생산량을 축소 조절하고, 쌀 수요를 늘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벼 재배면적은 서울 면적의 절반쯤 되는 3만 ha를 줄여 76만 9천 ha로 맞추겠다고 했다. 쌀 수요의 증대방안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복지용 쌀 판매가격을 20% 내리고, 묵은 쌀에 대해선 사료용이나 술 원료 소비로 늘려가겠다고 했다.

정부 대책이 납득할 만하면서도 왠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감도 없지 않다. 농민단체들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쌀값 폭락의 원인을 과잉 생산과 소비 감소에 있다고 했지만, 이는 잘못된 분석이라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올해 15만원대까지(80㎏ 1가마니 기준) 떨어진 쌀값이 “저가 수입쌀과 밥쌀용 수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쌀 관세화로 밥쌀용 수입 의무가 사라진 만큼, 수입을 중단해야 쌀값 폭락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밝힌 고심어린 대책이나 농민들의 생존이 걸린 대응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2015년도 쌀 생산량은 432만 7천톤에 달했다. 쌀 생산량은 계속 느는데 비해 소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현재 쌀 재고량은 년말 기준으로 140여만톤, 여기에다 과잉 생산량 40여만톤을 합칠 경우, 거의 180여만톤에 육박하게 된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1년 이상 먹을 수 있는 쌀 재고량이라고 하니 어머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쌀 창고 보관 비용만 해도 1년에 4천 3백여원 이상 든다고 한다. 농민단체들은 쌀값이 20년 전의 가격으로 폭락했다고 항의했다. 또, 외국 농산물이 물밀듯 들이닥쳐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긴, 쌀 1㎏이 1,200원대이고, 개 사료 1㎏이 5,300원대라고 하니까 상황이 절실하고 심각한 것은 분명하다.

뭔가 획기적인 다른 보완 대책이 없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식량이 넘쳐서 고민하는 南, 모자라서 고통받는 北』에서 답을 찾으면 안 될까? 가령, 우리 쌀 일정량을 아무런 조건 없이 인도적인 대북 지원으로 돌린다면, 여론의 향방은 어느 쪽으로 갈지, 그리고 국제사회는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일정량의 절반은 무상⦁차관 형식으로 지원하고, 절반은 북한에서 넘치는 광물자원과 맞교환하는 방식도 상대측을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다. 양식있는 이들은 남북의 영양 상태를 비교해서 신장 차이가 10㎝ 이상이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남북 모두 역사의 책임을 모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북한은 지난 7월 “왕가물(극심한 가뭄)이 들었다”고 발표해서 작년 쌀 작황이 나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은 쌀, 옥수수 등 식량의 년간 최소 소요량이 540만톤에 달하나, 해마다 1백만톤 이상 부족해 유엔에서 식량부족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0월 8일 공개한 ‘식량전망 보고서’에서 작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지난 해보다 60만톤 감소한 370만톤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FAO는 “북한 주민의 식량 상황이 예년보다 훨씬 심각하고, 내년도 식량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의 식량난으로 가장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북한 주민이다. 우리가 인도적 견지에서, 또한 북한 주민을 중심에 둔 대북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해야 할 때다. 앞으로 남북 당국회담을 통해 다뤄져야 할 ‘5. 24 조치’와는 별도로 말이다. 우리가 식량이 남아서 주자는 게 아니다. 서로 어려울 때는 돕는 것이 마땅하다. 남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주고받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지혜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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