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건축사 자격시험이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자격시험 2회 확대로 수험생들이 휴직 등 경력단절 없이 과목별로 시험준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들은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응시 확대는 실무수련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학원비 부담만 가중되고 생활고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4년제 이하 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다수의 건축사보가 당면한 문제다. 2019년 5월 21일 현재 건축사사무소에 재직 중인 4년제 이하 졸업자는 41,521명이다. 이 중 8,556명만이 건축사 예비시험 합격자다. 나머지 32,965명은 미합격자다. 이 건축사보들은 2020년부터 더 이상 건축사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면 건축학인증 대학원에 진학해 2학기 이상을 수강해야 한다. 모 건축사보는 “내년 시험 응시기회 확대가 4년제 이하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건축사보의 건축사자격시험 불가를 눈가림하기 위한 것은 아니냐, 우리에게도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할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반면 응시 확대는 시험에 집중해 응시하려는 실무수련자의 증가와 건축설계시장의 인력부족이 심화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건축사의 업무가 가중되고 건축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그 결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보도자료와 같이 현재 건축사 자격시험 응시 희망자들은 시험 2·3개월 전에 퇴직이나 휴직하는 사례가 많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휴직이나 퇴직상태를 방지하고자 연 2회의 시험을 시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수험생은 전 과목 합격이 안 되면 한두 달 쉰 뒤 다시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거의 일 년 내내 시험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모 건축사는 “건축사사무소는 대부분 소기업이다. 현재도 인력수급의 문제가 심각하다. 건축사시험 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인력수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인데 국토교통부만 모르는 것 같다. 정책을 탁상공론으로 펴는 게 아니고 뭐냐? 답답하다.”라며 격앙된 어조로 이야기했다.

최근 국토교통부 모 주무관은 전국 건축사들에게 역량있는 건축사 자격조건을 갖췄고 위원회 등의 활동을 할 의사가 있다면 ‘역량있는 건축사 DB등록’을 신청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서 명시한 ‘역량있는 건축사’는 우리나라 정부나 외국 정부가 발주한 국내·외 국제공모전에서 입상한 실적이 있는 건축사다. 그러나 2018년 소유주가 공공인 건축물의 인허가 동수는 전체 인허가 동수의 3.41%에 불과했다.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주인 건축물 인허가 동수는 전체의 91.6%를 차지했다. 건축사사무소의 설계수주 운영방식은 공모에 응해 설계수주를 하는 공공수주방식과 개인이나 법인 등의 민간으로부터 설계를 수주하는 민간수주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후자의 경우가 대다수의 건축사들이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공모전에서 입상실적이 있는 건축사들만을 ‘역량있는 건축사’라고 한다면 민간수주를 하는 대다수 건축사들은 ‘역량없는 건축사’라는 의미가 된다. 이는 불평등한 기준이며 소수를 위해 이미 건축사자격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검증된 전문가인 건축사들을 비전문가로 매도하는 행태이기도 하다. 건축사들은 “국토교통부는 국가자격시험제도를 월권하고 있는 ‘역량있는 건축사 DB등록’ 추진을 중단하라!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 그룹 중 건축사의 경제력은 최하위다. 2017년 국감자료에 의하면 월평균매출 200만원 미만인 건축사사무소는 2,331개다. 이러한 건축사들의 현실을 인지하는 건축학과 졸업생들은 건축사사무소 취직을 기피하고 있다. 건축사 업무대가의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러한 인력수급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더불어 2018년 7월 현재 건축사자격시험 합격자는 21,977명, 등록건축사는 2019년 5월 현재 15,811명이다. 약 1,000명을 사망자 등으로 가정해 제외하면 약 5,166명(건축사등록자 대비 약 33%)의 건축사자격증이 일명 장롱면허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정도면 건축사자격증은 공급과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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